이윤심 작가

자연으로부터의 치유를 담아내는 이윤심 작가님

2017.11.16 목요일

Q. 작가님 작품은 멀리서 봐도 한번에 알아볼 수 있는 스타일이세요. 색이 많지 않지만 눈을 사로잡는 것 같습니다. 어떤 주제와 의미가 있을까요?

자연을 표현한건데, 좀 더 깊이 들어가면 자연의 순환과 환원을 매개로 제가 자연 안에서 예전부터 느꼈던 감정들.. 그런 것들을 말하고 싶었어요. 구체적인 형상들이 확 나오는 건 아니지만 그런 느낌들이 자연스럽게 배어 나오도록 표현을 하고 있어요. 주제가 자연이다 보니 모티브나 소재들도 자연과 연관된 것들로, 꽃일 수도 있고 열매일 수도 있고 나뭇잎이 될 수도 있고요.

 

Q. 왜 자연일까요?

제가 지금 아파트에 살고 있어요. 어렸을 때는 북한산 정릉 주택에 살았는데, 거의 30년을 그곳에서 살다가 아파트를 오니 예전의 추억도 생각나고 다시 돌아가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런 의미에서 자연에 대한 소재를 자꾸 찾게 되고 거기에 자꾸 녹아들게 되고 그렇게 되는 것 같아요.

 

Q. 그러면 거기에서의 감정들이란 것은…

음 그런거죠, 현대인들은 콘크리트 도시의 삶에서 굉장히 삭막함을 느끼는데 자연에 가면 뭔가 치유되는 느낌을 받잖아요? 남들이 제 작품을 봤을때도 치유된다라는 느낌, 또는 편안하다,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색감도 자연에서 오는 색감 위주로 표현을 할려고 했어요. 제가 작품을 그릴 때 저도 치유되는 감정을 느끼기도 하고요. 관객과 작가 간의 공유가 되는 거죠. 편안하고 자연에서 힐링이 되는 느낌들을.

 

Q. 작가님 작품은 대부분 Mixed media더라구요. 그 이유도 자연에 대한 소재를 쓰고 싶기 때문인가요?

그런 것도 있고, 다양성을 많이 추구하는 편이예요. 관심이 좀 다양하게 있어서 그런 소재들을 써보는게 재미도 있고, 자연 소재를 쓰니까 그렇게 되기도 하고. 제 작품에 보면 수틀이 있어요. 동그랗게 나무로 되어 있는데 수틀의 원형이 ‘순환’과 ‘환원’의 의미를 담고 있어서 그걸 사용하고 있어요. 어떻게 보면 정형화된 원형이죠. 작품을 보시면 수틀 외 다른 부분들은 비정형화된, 어떻게 보면 유기체적인, 그런 형태예요. 작품 안에 정형화와 비정형화가 함께 보여지는 의미를 갖고 있죠.

 

Q. 수틀말고 또 다른 소재도 쓰시나요? 저도 원화 작품을 직접 보지 못하고 12에디션에 올려주신 이미지로만 보아서…

캔버스가 아니라 판넬 위에 무늬목을 입혀 작업을 하고 있어요. 무늬목의 색 그대로 그 위에 작품을 입히는 거죠. 나무 종류마다 무늬도 다르고 고유의 색이 다르죠. 때에 따라서는 목탄을 사용하기도 하고 아크릴을 쓰기도 하고, 또 콜라주 개념으로 캔버스 원단 위에 드로잉 후 오려 붙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수틀안에 레진을 부어서 작업을 했어요. 보전하고 간직하고 싶은 느낌으로. 약간 빈티지적인 느낌을 갖고 있기도 해요. 제가 예전의 추억들을 안고 작업을 시작했기 때문에.. 그런 의미도 담고 있어요.

 

Q. 작가님 올려 주신 것 중 인기 있는 시리즈인 Seed는 순수 디지털 작업이신가요?

네, 제가 원래 서양화를 전공했는데 졸업을 하고 자동차 디자인 회사에 들어갔어요. 당시엔 그림에 회의감을 느끼기도 하고 워낙 다양한 것들에 관심이 많다 보니까 디자인 쪽으로도 관심이 생겼고, 좀 더 이쪽으로 공부를 해야 되나… 하던 찰나에 운이 좋게 입사가 되었어요.

 

Q. 아 자동차 디자인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네요 (웃음)

네, 거기서는 칼라팀이라고 해서 자동차 인테리어 material 코디네이션도 하고 바디칼라도 개발을 하고, 시트 페브릭 있죠, 그런 것들을 디자인해서 개발하는 업무였어요. 하면서 다양한 것들을 배웠죠. 패턴 디자인도 그때 관심이 많아지고 해어요. 보통 이런 문화상품(아트상품)들이 나올 때 작가들 작품이 그대로 입혀지는 것이 일반적이자나요, 저는 거기서 좀 벗어나서 뭔가 모티브를 따서 디자인을 새롭게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나온 것이 Seed1, Seed2… 새싹이 나와서 계속 순환되고 환원되는 그런 모티브로 디자인 작업을 했어요.

 

Q. 서양화 전공을 해도 자동차 디자인업에 갈 수도 있군요.

간혹 있죠. 그때 회사에 디자인팀이 따로 나와있었어요. 그때 대표가 대학 디자인과 교수님이셨는데 그 교수님이 서양화 전공한 사람을 쓰고 싶다라고 하셔서, 낙하산은 아니었고요 (웃음) 정식으로 인턴쉽 밟고 절차를 거쳐서 입사를 하게 되었어요. 디자인적 감각과 서양화의 감각이 다르잖아요, 보는 시각도 다르고, 그런 부분 때문에 서양화 전공한 사람을 찾으셨어요.

 

Q. 그러셨군요. 지금 그럼 작품 활동 하신지가 얼마나 되셨어요?

얼마 안 되었어요. 졸업하고 디자인일하고, 여자다 보니까 아이도 키우고… 다른 일도 계속 했어요. 아이들 가르치고, 미술 교재와 수업 프로그램도 개발하고 수업 재료들 패키지해서 판매도 하고요. 그런 일을 했는데 작업이 너무 하고 싶어졌죠. 5년 전부터 작업을 시작했는데 동기들과 같이 그룹전을 매년 한번씩 하면서 동기부여를 하며 작업을 하다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개인전도 하면서 작품활동을 하고 있죠.

대학 재학 중

 

Q. 일은 여전히 계속 하시고요?

아뇨, 일을 하다보니 작업에 몰두가 안되더라구요. 그래서 올해부터는 일을 아예 접고 작품활동에만 전념하고 있어요. 일을 접고 나니까 그래도 전시도 좀 많아지고 하네요.

 

Q. 전공은 서양화셨으니까 원래부터 작가가 되고 싶다라는 생각은 갖고 계셨겠어요.

어릴 때부터 화가가 되겠다는 꿈을 갖고 살았어요. 친척분 중에 유명한 화가분이 계셔서 그 분의 영향을 받기도 했고요.

 

Q. 친척분 성함을 여쭈어봐도 될까요?

박고석입니다.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이중섭 작가님과 친분이 있는 그 시대의 작가세요. 그분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화가가 되어야겠다 라는 생각을 어렸을 때부터 갖고 있었어요.

박고석 [朴古石] (서양화가 1917-2002, 이미지출처: 한국학중앙연구원)

 

음.. 대학에 입학할 때는 막연하게 화가가 되겠다고 서양화 전공을 하긴 했어요. 근데 또 디자인 쪽에도 관심이 많이 가기도 하고.. 잡다하게 관심이 있다 보니까 그림 그리는 것에 몰입을 많이 못 했던 것 같아요.

 

Q. 디자인을 직업으로써 가졌던 회사생활은 잘 맞으셨어요?

회사일은 좀 더 생계와 연관이 있다보니 좋아하는 일들이지만.. 그림 그리는 것만큼 좋은건 아니니까 제가 접고 나왔다고 해야될까요. 직장이 너무 멀기도 했어요. 출퇴근이 1시간반씩 걸려서… 어쨌든 그렇게 그만두고 배고픈 작가의 생활로 돌아왔죠. (웃음)

 

Q. 작가활동은 그럼 계속 자연을 주제로 한 작품들로 하셨나요?

네, 지금 계속 같은 주제로 하고 있어요. 그런데 이제 1년에 한두번은 개인전을 가질 생각인데 그럴때마다 자연에 대한 것만 하기에는.. 또 제가 워낙 다방면에 관심이 많아서 자연이지만 그 자연 안에 인간이 들어가야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마음이라던가 생각이라던가 그런 것들이 포함되어지는 방향으로 한번 가볼까 하는 생각으로 하고 있어요. 형상이 인간이 될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는, 전혀 다른 형태로 의인화 시켜서 나올 수 있는 거죠.

 

Q. 작업은 여전히 mixed media쪽으로 하세요? 지금과 같은 분위기의?

네 아마도. 디자인 쪽을 해서인지 인테리어도 관심이 많다 보니까 어딘가에 걸려 있을 때 전체적인 분위기에 잘 맞아야 된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런 보기 좋은 작품을 그리고 싶은 작가라고 해야될까요. 주변과 어우러질 수 있는, 보기에 편안한 그런 작품을 하고 싶어요.

 

 

Q. 작업실을 거주공간과 함께 사용하고 계시죠? 영감이라던가 창작활동에 있어서 거주공간과 함께 공유하는 것이 도움이 되시나요?

작업실이 따로 있으면 좋겠지만 지금은 효율적이진 않을 것 같아요. 지금 저는 주부이고 아이를키우는 입장이기도 하고 또 아직까지는 대작을 많이 하진 않았기 때문에 최대한 할 수 있는데 까지는 버텨보자 이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지금은 작은 방에서 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안방으로 교체가 될지도.. (웃음) 조금 아쉬운 것은 못질이라던가 쿵쾅쿵쾅 더 Mixed media적인 것들을 할 수 없는 점이예요. 집과 작업실이 같이 있으면 좋은 점들이 있어요. 수시로 작품을 바라 볼 수 있고 항상 작업에 손을 댈 수도 있고요. 하루 일과가 끝나고 쉴 때마다 작품보며 한번 더 끄적일 수 있기 때문에.. 그래서 작업실 딸린 주택을 갖는게 가장 큰 로망인거죠.

 

Q. 가족들이 많이 응원해주세요?

네, 남편도 미술을 했었고 딸도 관심이 있고 해서인지 다른 집들에 비해 많이 서포트를 해주는 편이예요. 그런 점은 주변에서 부러워해요.

 

Q. 보통 작가분들 작업실에서 안나오시는 분들도 많으시던데 집이시니 더욱 외출을 많이 안하시겠어요.

요즘은 좀 그런 편이긴 해요. 근데 전시 같이하는 대학 친구들이 신기하게 다 남양주에 살고 있어서 자주 보게 되요. 저도 일하던 사람이라 (웃음) 칩거는 답답해서 못하고 집 근처라도 나가서 친구들 보고 그러고 있어요

 

Q. 작업에는 얼마나 시간을 할애하세요?

매번 다르지만 꾸준히 보다는 좀 몰아서 하는 편이예요. 그리는 시간은 그렇게 많지 않고 구상하는 시간을 더 많이 갖고요. 작업시간은 생각보다 짧아요. 주변에서도 전시 있는데 그림 안그리니? 라고 묻기도 하고요 (웃음) 디자인일을 해와서인지 저는 스케쥴을 다 잡아요. 레진 마르는 시간 등등 고려해서 마지노선을 잡고 그전에는 생각을 하는거죠.

 

Q. 작품활동 외 다른 일을 하시거나 대외활동 하시는 것이 있으신가요?

지금은 특별히 없고.. 가르치는 일은 계속 하고 있어요. 아이들 가르치는 프로그램을 개발 했었기 때문에 집에서 아이들 그룹 수업 같은 것들 진행하고 있죠.

 

Q. 그림 수업은 어린 아이들 대상이예요? 입시 미술도 함께 하시나요?

유치원에서 초등학교 갈만한 아이들 대상이예요. 입시 미술은 요즘 어떻게 흘러가는지 저도 잘 몰라서.. (웃음) 다시 공부해야 돼요. 마침 제 딸도 미술을 한다고 하고 어느 것을 전공으로 선택할지 그런 고민을 갖고 있어서… 저는 너무 고민이 없어서 그냥 서양화를 선택했는데 나중에 디자인도 하고 했으니 아이에게 어떻게 시작하는게 좋을지 좀 알려주고 싶어요.

 

Q. 해외 전시는 많이 하시나요? 한국적이면서도 또 너무 동양색이 강한 것도 아니고, 누구나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느낌이라 반응이 괜찮을 것 같아요.

해외는 아직 못 해봤는데 기회가 되면 할 생각이예요. 그런 느낌은 있나봐요. 아마도 꽃이 연꽃모양 같이 보여서인지 종교가 불교냐고 물어보시는 분들이 있어요.

 

Q.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계획이라면 작가니까 그림을 많이 그리는 것? 많이 못 그린 것 같아 저 스스로에게도 미안해요. 창작시간을 늘리려면 전시를 더 많이 잡아야 할 것 같아요. 쉬운건 아닌데... 많이 발로 뛰고 해서 전시가 잡혀야 목표가 생기고 그림을 그리게 되니까. 여러 고민을 하는 시기인 것 같아요. 보통 40대 이후의 여성분들이 시간적 여유가 생기면 다시 작품활동을 하면서 전시를 몰아서 하는 경우가 있는데 또 그렇게 하고 싶지는 않고.. 이력에 줄 하나 만드는 것 보단 전시 경험은 적어도 작품을 좀더 심도있게 해서 천천히 가는게 좋은건지.. 그런 고민인거죠.

 

이상 이윤심 작가님과 함께 했습니다 :)

-12에디션